산행 코스: (A코스) 오색분소(03시 출발) - 대청봉 정상(6시30분) - 중청대피소 -
희운각대피소(아침식사후 10시 출발)-공룡능선-마등령(13시)-금강굴-비선대
소공원(설악동도착예정 17시)
(B코스) 희운각대피소까지 동일 하산을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
공룡능선.....
가보고 싶었던 곳...
무박 산행은 처음이라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처음인 새벽산에 대한 설렘이고, 과연 잠 많은 내가 잠 안자고 무사히 할 수 있을 까에 대한 두려움이다..
11시에 출발하여 휴게소에 잠시 들러 김밥과 주먹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오색약수에 도착하니 3시...
야간산행 금지라는 단어가 눈에 먼저 뜨인다..
밤에는 통제를 하고 3시가 되어야 산행 시작을 할 수 있단다..
다행히 시간 제대로 맞춰서 도착했다..
잠깐 스트레칭으로 버스에 새우잠 자느라 수고한 몸을 일으켜 세운다..
헤드랜턴이나 손전등 하나씩 들고 산행시작..
아직은 까만 밤이라 주변이 어떤지 잘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듣기에도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는 아주 잘 들린다.
물소리를 뒤로 하고 한 발 한 발 대청봉을 향하여 전진...
한 시간여 숨을 할딱이며 산을오르니 능선 너머로 어슴프레 날이 밝아 옴을 느낄 수가 있다.
숨을 할딱이며 오르며 문득 지난 번 대청봉에 왔을 때 이 길로 하산을 했던 생각이 든다.
아~ 맞다... 그 때 이길로 하산하면서 이 길로 올라오면 죽음이겠구나 생각하면서 하산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오늘 죽음이구나~~ ㅎㅎㅎ
이렇게 잠깐 생각이 스쳤었는데~~~
고도가 높아 질 수록 날은 점점 더 밝아지고 있다..
아직도 한 참이나 남았는데 ㅎㅎㅎ 일출 보기는 힘들겠구나~~~
일출 보는건 포기하고 부지런히 랜턴의 불빛을 따라간다..
좀 더 밝아짐을 느끼며 숨 한 번 고르고 물 좀 먹으려 잠깐 쉰다..
문득 뒤를 돌아 보니 하얀 운무가 산을 골고루 감싸안고 있다..
구름이 산을 감싸 안으며 꼭대기 봉우리만 살짝 보여준다..
해가 뜨면서 밤새 나뭇잎과 땅위에 고여 있던 이슬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중일까???
너무 멋진 광경이다...
숨고르기 할 때 마다 뒤돌아 본 풍경은 너무 멋지다.
너무 멋지다라는 말 밖에는 표현하지 못하는 짧은 어휘력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멋진 풍경을 감상하면서 한 발, 한 발 가다보니 대청봉이다..
얼른 잠바를 꺼내입고 대청봉 표지석에 기대어 선다..
이렇게 또 한 컷 남기고,
구름이 바다처럼 보이는 운해를 보며 중청대피소로 내려가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희운각 대피소로 향하여 고고~~
설악산은 가다가 눈 돌리면 우와 소리가 그냥 나오는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다.
멋진 풍경을 맘껏 즐기려면 기본적인 체력은 필수다.
나처럼 일단 가면 되겠지 하고 무대뽀로 가면 멋진 풍경을 맘껏 가슴에 담을 수가 없다.
카메라에도 담을 수가 없다. (카메라 꺼낼 힘도 없다..ㅎㅎ)
희운각 대피소에서 아침을 먹고, 공룡능선으로 출발...
몇명은 B코스로 하산을 하고 나도 잠깐 그 팀으로 합류 할까 생각했지만 공룡능선 타려고 무박으로 왔는데...
하는 생각에 무릎에서 약간의 신호를 보냈지만 무시했다.
대청봉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은 온통 바위뿐이어서 저곳에도 길이 있을 까 했는데, 길은 있다..
바위가 많은 울퉁 불퉁한 길...
바위타고 올라야 하는 길도 많고, 밧줄 잡아야 하는 구간도 많고...
두세개의 봉우리를 지나자 릿지를 할 수 있는 바위산이 보였다..
몇 명이 그 바위에 오르고, 남은 일행은 그들을 기다렸지만,
나는 메주언니와 먼저 가기로 했다..
그래야 마등령에 같이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무릎에서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에...
무릎 보호대를 언니와 하나 씩 나누어 차고 천천히 우리 페이스 대로 갔다..
가면서 다신 안온다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 얘기를 하면서 마등령을 향하여 갔다.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잠깐 눈을 돌려 위를 보거나 옆을 보면 '멋지다' '이래서 설악에 오는 구나'
지난 가을에 보았던 설악과는 또 다른 모습을 설악은 보여주고 있다..
가을의 설악은 울긋불긋해서 멋졌는데 지금 설악은 푸른 빛 하나만 가지고도 사람들의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역시 설악산이구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있는 산이다..
마등령 도착...
무릎에서 오는 신호가 더욱 강렬하다..
하지만 어찌 할 수가 없다..
하산하는 길 밖에는 ...
마등령에서 따뜻한 라면을 먹고 다시 먼저 출발....
부지런히 갔지만 곧 뒤따르는 일행들에게 잡히고...
수신제가님, 하이에나님, 다람쥐님, 백설(?)님, 메주언니, 나 이렇게 여섯명이 마지막 길을 재촉한다...
부지런히 그리고 무릎 통증을 참아가며 하산을 했지만 아직도 봉우리들이 발 밑에 있다...
휴~~우~~~
발 밑에 있는 봉우리들이 얼마나 더 가야 머리 위로 올라가게 될지...
설악은 나에게 말을 한다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기에 몸도 제대로 안 만들고 왔느냐'고
'나를 제대로 잘 보고 싶으면 몸을 제대로 만들어서 오라고'
그래 내가 설악산을 우습게 봤나 보다..
가을에 춘천마라톤을 달릴 수 있을지 테스트 해 본다는 생각이 더 컸다...
공룡능선을 완주를 하면 풀 코스에 도전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이 생길 거 같아서...
산을 품으러 오면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온 나를 설악은 용납하지 않았다.
산에 올 때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오면 안 되겠구나 하는걸 배웠다...
생각이 많아 산에 오게 될 때는 산 밑에 생각들을 모두 내려 놓고 산에 올라야 함을...
그래야 몸이 산을 품을 수 있을테니...
힘들게 힘겹게 산을 내려왔다..
이렇게 설악산을 가슴에 또 품었다.
이 번 설악은 가슴에 조금 오래 남아 있을거 같다..
힘든 산행이기도 했지만 설악이 내게 준 메세지가 있어서...
하프 달리고 힘들었던 기억을 다시 기억하게 해주었다.
하프건 풀이건 달릴 수는 있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몸이 많이 힘들다는 걸...
산행도 마찬가지이다..
준비 되지 않은 몸으로 산행을 하는 건 함께 한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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